90년대 최고 MC 조합, 장윤정-고현정의 숨 막히는 생방송 비하인드
서로 의상 체크는 기본… 선의의 경쟁이 만든 레전드 방송
사진=KBS ‘옥탑방의 문제아들’ 캡처
방송인 장윤정이 30여 년 만에 배우 고현정과의 과거 인연을 공개하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90년대 방송계를 대표했던 두 스타의 숨 막혔던 경쟁과 동료애가 재조명됐다.
지난 15일 방송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한 장윤정은 과거 고현정과 함께 MC로 활약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특히 ‘고현정과 기싸움은 없었느냐’는 예리한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있었다”고 인정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최초의 여성 2MC, 살얼음판 같던 생방송
사진=KBS ‘옥탑방의 문제아들’ 캡처
장윤정은 1987년 미스코리아 진, 고현정은 1989년 미스코리아 선 출신이다. 당대 최고의 미녀로 꼽히던 두 사람을 공동 MC로 발탁한 것은 방송가에서도 파격적인 시도였다. 이들은 인기 쇼 프로그램이었던 ‘토요대행진’의 진행을 맡았다.
장윤정은 “당시 쇼 프로그램은 모두 생방송이었고, 프롬프터도 없이 모든 대본을 외워서 진행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최초의 여성 2MC였기에 세간의 관심이 엄청났다. 둘 다 대학생이었는데, 토요일 저녁 황금 시간대 생방송에서 누구 하나라도 실수하면 안 된다는 압박감이 엄청났다”며 초긴장 상태로 방송에 임했다고 밝혔다.
보이지 않는 경쟁 의식, 화려해진 의상들
두 사람 사이에는 미묘한 경쟁 심리가 존재했다. 장윤정은 이를 ‘선의의 경쟁’이라고 표현하며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로 ‘오늘 의상 뭐 입나’ 항상 체크했다. 상대방을 보고 ‘내가 조금 부족한가?’ 싶으면 방송 직전이라도 들어가서 얼른 액세서리 하나라도 더 했다. 덕분에 의상이 갈수록 화려해졌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경쟁은 서로를 채찍질하며 더 나은 방송을 만들기 위한 원동력이었다. 단순히 상대를 이기려는 질투가 아닌, 최고의 무대를 함께 만들어가려는 프로 의식의 발현이었던 셈이다.
경쟁 끝에 피어난 동료애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진행된 첫 생방송이 무사히 끝난 순간,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끌어안았다. 장윤정은 “첫 방송이 끝나고 안도감이 밀려오면서 둘이 자연스럽게 포옹하며 ‘수고했다’고 격려했다”고 전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고 격려했던 동료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후 고현정은 드라마 ‘모래시계’, ‘선덕여왕’ 등을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톱 배우로 자리매김했으며, 장윤정 역시 방송인으로서 꾸준히 활동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30년이 지나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이들의 추억은 90년대 방송가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아름다운 일화로 남았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