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모터쇼 2025 뒤흔든 벤틀리 쇼케이스, V8 하이브리드의 강력함과 아주르 라인업의 우아함으로 미래를 엿보다
벤틀리 신형 컨티넨탈 GT와 플라잉스퍼가 강력한 하이브리드 심장을 달고 상하이 모터쇼 2025 무대에 올랐다. 단순한 연식 변경이 아니다. 680마력짜리 V8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과 ‘아주르’ 라인업의 세계 최초 공개로, 벤틀리는 럭셔리 그랜드 투어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Beyond100+’ 전략의 다음 장을 화려하게 열어젖혔다.
오토 상하이 2025 벤틀리 부스 (출처=벤틀리모터스코리아)
680마력 V8 괴물 심장, 벤틀리 하이브리드의 화끈한 신고식
벤틀리가 ‘하이 퍼포먼스 하이브리드(High Performance Hybrid)’라는 거창한 이름표를 붙인 새로운 심장을 꺼내 들었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최첨단 4.0L V8 가솔린 엔진과 강력한 전기 모터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이 둘의 만남이 만들어낸 결과는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시스템 총 출력 680마력(PS), 시스템 최대 토크는 무려 94.8kg.m에 달한다.
이 숫자들은 단순한 자랑이 아니다. 벤틀리가 하이브리드를 단순히 연비 개선이나 환경 규제 대응 카드로만 생각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증거다. 오히려 퍼포먼스까지 확실하게 틀어쥐겠다는 의지의 표명에 가깝다. 전기 모터의 즉각적인 반응성과 V8 엔진의 폭발적인 힘이 결합되어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롭고 강력한 주행 성능을 보장한다.

더 뉴 컨티넨탈 GT (출처=벤틀리모터스코리아)
놀라운 점은 이 강력한 하이브리드 심장이 벤틀리의 퍼포먼스 라인업인 ‘스피드(Speed)’가 아닌, 우아함과 안락함의 대명사인 ‘아주르(Azure)’ 라인업에 먼저 탑재되었다는 사실이다. 더 뉴 컨티넨탈 GT 아주르, 더 뉴 컨티넨탈 GTC 아주르, 그리고 더 뉴 플라잉스퍼 아주르가 바로 그 주인공이며, 이번 상하이 모터쇼를 통해 세계 최초로 실물이 공개됐다.
왜 하필 아주르였을까? 여기에는 벤틀리의 깊은 고민과 전략이 숨어있다. 전기 모터는 가속 페달을 밟는 즉시 최대 토크를 뿜어내며, 소음과 진동 없이 부드러운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아주르 라인업이 추구하는 ‘궁극의 안락함’과 완벽하게 부합하는 특성이다. 필요할 때는 V8 엔진의 우렁찬 사운드와 함께 폭발적인 가속력을 즐기면서도, 도심 속 정체 구간이나 고속도로 순항 시에는 더없이 조용하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이중적인 매력을 선사한다. 벤틀리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통해 성능과 지속가능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동시에, 럭셔리 그랜드 투어링 경험 자체를 한 차원 끌어올리려 하는 것이다.

더 뉴 컨티넨탈 GT 실내 (출처=벤틀리모터스코리아)
벤틀리는 이제 고객들에게 명확한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한다. 심장이 터질 듯한 강력한 퍼포먼스를 원한다면 ‘스피드’를, 모든 여정에서 최상의 우아함과 안락함을 누리고 싶다면 ‘아주르’를 선택하면 된다. 이번 상하이 모터쇼는 바로 이 아주르 라인업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무대였다. 그 이름처럼,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지는 평온하고 럭셔리한 여정을 약속하는 듯하다.
아주르 라인업은 겉모습부터 차별화된 우아함을 뽐낸다. 전면부에는 11개의 수직 베인(Vertical Vane)으로 구성된 블랙 매트릭스 그릴이 자리 잡고, 그 위를 반짝이는 크롬 몰딩이 감싸며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오직 아주르 모델만을 위해 새롭게 디자인된 22인치 휠은 정교함과 존재감을 동시에 드러낸다. 펜더와 실내 곳곳에 섬세하게 새겨진 ‘Azure’ 레터링 배지는 이 차가 특별한 모델임을 은근하게 과시하는 증표다. 벤틀리 고유의 클래식한 디자인 헤리티지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완벽하게 재해석한 모습이다.

더 뉴 컨티넨탈 GTC (출처=벤틀리모터스코리아)
여섯 가지 마사지 프로그램은 장거리 운전의 피로를 풀어주고, 여기에 더해 주행 중 탑승객의 미세한 근육과 자세 변화를 감지해 지속적으로 시트 형상을 조절하는 ‘자세 조정 시스템(Postural Adjustment System)’까지 갖췄다. 이를 통해 혈액 순환을 돕고 특정 부위에 압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아 탑승객의 피로를 최소화하고 집중력을 향상시킨다. 장거리 여정의 스트레스? 아주르에게는 그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이것은 단순히 편안한 시트를 넘어선 개념이다. 벤틀리는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에서 탑승객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까지 케어하는 ‘움직이는 웰니스 공간’으로 격상시키고 있다. 럭셔리의 기준이 과거의 과시적인 부유함에서 벗어나, 탑승객이 경험하는 섬세한 배려와 능동적인 건강 관리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대목이다.

벤테이가 EWB (출처=벤틀리모터스코리아)
이러한 아주르 라인업의 특징들은 퍼포먼스에 집중하는 ‘스피드’ 라인업과의 차별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프랑크-슈테펜 발리저(Frank-Steffen Walliser) 벤틀리모터스 회장 겸 CEO가 언급했듯, 이제 벤틀리 고객들은 자신의 우선순위, 즉 미적인 가치와 안락함을 중시할 것인지, 아니면 짜릿한 퍼포먼스를 추구할 것인지에 따라 가장 완벽하게 부합하는 모델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브랜드의 핵심 정체성을 희석하지 않으면서도 더 넓은 범위의 럭셔리 고객들에게 어필하려는 벤틀리의 영리한 전략이다.
정점 위의 정점, 벤테이가 EWB 아주르와 뮬리너의 ‘닐라 블루’ 마법
이번 상하이 모터쇼에는 벤틀리 SUV 라인업의 정점에 서 있는 벤테이가 EWB(Extended Wheelbase) 아주르 모델 또한 위용을 드러냈다. 플래그십 럭셔리 SUV다운 압도적인 존재감은 기본. 여기에 아주르 고유의 우아한 내외장 디자인 요소와 탑승객의 안락함을 극대화하는 최첨단 사양들이 아낌없이 투입됐다.

더 뉴 플라잉스퍼 (출처=벤틀리모터스코리아)
상하이 모터쇼에 전시된 벤테이가 EWB 아주르에는 아주 특별한 외장 색상이 적용되어 시선을 사로잡았다. 바로 벤틀리의 비스포크 전담 부서인 ‘뮬리너(Mulliner)’가 직접 큐레이팅한 새로운 비스포크 컬러, ‘닐라 블루(Nīla Blue)’다. 이 색은 단순한 파란색이 아니다. 영국의 유명 인도계 패션 디자이너인 수프리야 렐레(Supriya Lele)의 인디안 헤리티지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으며, 그 이름은 산스크리트어로 ‘사파이어’를 뜻하는 단어에서 따왔다.
벤틀리는 이 ‘닐라 블루’라는 색깔 하나에 브랜드가 추구하는 궁극의 장인정신, 혁신, 비스포크(맞춤 제작), 그리고 개인화라는 핵심 가치를 모두 담아냈다. 한 개인의 삶과 역사, 그리고 장인의 섬세한 기술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어 탄생한 결과물이라는 스토리텔링은 이 색상의 가치를 더욱 높인다. 이것은 단순한 페인트 옵션을 넘어서, 벤틀리만이 제공할 수 있는 깊은 감성적 가치이자 강력한 브랜드 메시지다. 치열한 울트라 럭셔리 시장에서 왜 섬세한 스토리텔링과 차별화된 비스포크 경험이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벤틀리의 상하이 선언: 하이브리드 날개 단 럭셔리, 더 높이 날아오르다
이번 오토 상하이 2025에서의 벤틀리 쇼케이스는 브랜드의 미래 전략인 ‘Beyond100+’가 얼마나 구체적이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발리저 CEO의 말처럼, ‘진보와 혁신의 선두에 서는 것’이야말로 벤틀리의 DNA 깊숙이 각인된 본능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우아함과 안락함의 ‘아주르’, 그리고 강력한 퍼포먼스의 ‘스피드’라는 두 개의 명확한 축을 통해 고객에게 더 넓고 명확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동시에, ‘하이 퍼포먼스 하이브리드’라는 새로운 심장을 통해 지속가능성과 궁극의 럭셔리 퍼포먼스를 양립시키는 능력. 이것이 바로 벤틀리가 그리고 있는 럭셔리 모빌리티의 미래다.
이 모든 중요한 발표와 세계 최초 공개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중 하나이자 럭셔리와 전동화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중국, 상하이에서 이루어졌다는 점 또한 의미심장하다. 이는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이 지역 고객들의 높은 기대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겠다는 벤틀리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벤틀리의 비범한 여정은 이제 하이브리드라는 새로운 날개를 달고, 더욱 거침없이 하늘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이석호 기자 shlee@news-wa.com